"RESTful 웹 서비스"는 유행에 편승해서 짧게 써도 되는 내용을 장황하게 늘려 쓴 책이다. REST를 이해하려면 먼저 "웹의 의도"를 이해해야 한다. 기술적인 부분이라면 RFC2616(HTTP/1.1)을 정독하는게 더 낫다. 이 책을 통해서 그 "의도"와 "기술"이 어떻게 적용되는지 확인할 수 있다.
"공지영의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는 설명이 필요없는 공지영 문학의 시작이자 끝이다(좋은 의미로든 나쁜 의미로든). 대학시절에 읽었었는데, 최근작들을 보다가 이 책이 다시 읽고 싶어서 샀다. 문득 같은 제목을 가진 노찾사의 노래가 듣고 싶네...
자바스크립트 완벽 가이드 (2008, 데이비드 플래니건 저 / 송인철, 이동기, 이유원, 황인석역)★★★☆
"서울을 여행하는 라이더를 위한 안내서"는 미니벨로를 타고 미국을 횡단한 이야기 아메리카 자전거 여행을 쓴 홍은택의 책이다. "인도급"에서 시작해서 "차도급", "터널급", "한강급", "다차선급", "고가도로급"으로 성장(?)하면서 겪은 일들을 재미있는 소개하는 "우리 동네에서 자전거 타기"에 관한 "이야기 책"이다. 그 이상도 이 이하도 아니다.
자바스크립트 완벽 가이드는 책이 나오기도 전에 더글라스 크록포드의 "자바스크립트 책으로는 JavaScript: The Definitive Guide(5/E) 만을 추천한다."라는 추천사로 먼저 유명해진 책이다. 1200 페이지를 훌쩍 넘는 분량이 두 권의 책으로 나뉘어져 있는 데, 책꽃이에 꽂혀있는 있는 것 만으로도 엄청난 압박감을 준다. -,.-;;; 그러나 압박감을 이겨내고 끝까지 완독할 수 있다면 크록포드의 추천사가 그냥 립서비스가 아니었음을 알 수 있다.
"꽃들에게 희망을"은 따로 설명이 필요없는 책이다. 검색해보면 얼마나 많은 출판사에서 번역 출간했는지 확인할 수 있는데, 그것 만으로도 이 책의 가치를 알 수 있다. 봉과장님께서 기독교적인 색채가 강하다고 걱정해주셨는데... 보고 또 봐도 그런건 잘 모르겠다. :S
"광화문 연가"는 내가 신뢰하는 몇 안되는 평론가인 이명미의 책이라 묻지도 않고 따지지도 않고 샀는데... 이번엔 좀 다르다. 대중가요 이야기가 아니라, 서울 이야기다. 처음엔 좀 당황스러웠지만, 서울 토박이가 아닌 나로써는 서울의 변천사가 먼나라 이웃나라 처럼 재미있다. 서울 토박이들도 모르는 서울 이야기.
"집으로 가는 길"은 시에라리온의 내전에서 휘말려 12살의 나이에 총을 들어야 했던 저자의 실제 이야기다. 가슴이 아픈지만 그것도 잠시 뿐... 이런 류의 책들(혹은 영화)들을 볼 때마다 늘어나는 건 자괴감 뿐...
"로드 사이클링: 자전거가 좋다"는 국내에 번역 출간된 몇 안되는 자전거 전문서다. 나는 로드바이크를 타지 않지만, 자전거 전문서가 워낙 귀하다보니 이것 저것 가릴 여유도 없이 그냥 질렀다. 책을 보다 보면 로드바이크로 바꾸고 싶어진다 -.-;;; 결론은 자전거와나무는 고마운 출판사라는 사실.
"주말이 기다려지는 행복한 자전거 여행: 서울 수도권 자전거 타기 좋은 길"은 장황한 제목을 달고 있지만, 국내 유일의 자전거 전문 잡지인 자전거 생활의 김병훈씨가 쓴 초급자를 위한 자전거 코스집이다. 이 책에 나와있는 코스도 아직 반도 못 돌았다 -,.-;
요시다 슈이치는 "일요일들" 이후로 내가 꾸준히 읽는 몇안되는 일본 소설가 중의 하나다. 제목만으로 무슨 얘기를 하려는 건지 알 수 있을 정도로 식상한 주제를 긴장감있는 이야기로 만들었다.
프로그래밍은 내 밥줄이고, 심리학은 내가 전산"학"외에 내가 가장 관심있는 학문이다. 이 책이 나온지 40년이 지난 지금, 프로그래밍은 그 시절의 모습을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변했지만, 프로그램을 만드는 사람들은 그 시절과 별반 다르지 않다. 그래서 이 책은 21세기에도 여전히 독보적인 책이다.
2008/3/2
켄트 벡의 구현 패턴: 읽기 쉬운 코드를 작성하는 77가지 자바 코딩 비법(2008, 에이콘 / 켄트 백 저 / 전동완 역)★★★★
켄트 벡의 구현 패턴은 딱히 패턴이라고 까지 부르기엔 뭣하지만, 개발자들을 위한 멋진 잠언집 같은 책이다. 개발자를 위한 아들아 너는 인생을 이렇게 살아라? 최근 몇 년 동안 본 개발 관련 책 중에 최고다. 책의 두께와 내용의 깊이는 비례하지 않는다. 세번 정도 읽었는데... 글쎄...
웹 개발자를 위한 스프링 2.5 프로그래밍은 "엉성한 책과 알찬 내용"은 유명한 "가메 출판사 / 최범균 콤비"의 작품(?)이다. 그의 책이 늘 그렇듯 하고 싶은 말은 많고 지면은 한정되어 있어서 보기가 여러운데, 이번엔 유난히 심한 느낌이다. 스프링을 처음 접한다면 스프링 공식 매뉴얼과 예제들을 먼저 일독한 다음 이 책을 통해 정리하면 좋을 듯.
2008/4/19
서른 살이 심리학에게 묻다: 대한민국 30대를 위한 심리 치유 카페(2008, 갤리온 / 김혜남)★★★☆
지속적인 통합: 소프트웨어 품질을 높이고 위험을 줄이기(2008, 위키북스 / 폴 듀발 외 공저 / 최재훈 역) ★★☆
서른 살이 심리학에게 묻다는 심리학 관련 책을 싫어하는 사람들도 재미있게 볼 수 있을 만한 책이다. 서른 즈음인 많은 주변 사람들에게 추천해 주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이런 류의 글들을 지나고 나서 봐야 더 와 닿는다. 말하자면 요즘 젊은 것들은 다 버릇이 없어서? 이 책도 비슷한 부류의 심리학 책들 처럼 제목으로 낚시질을 하고(왜 쿨함에 목숨을 거는가?) 해결책을 제시하지 않지만, 책을 읽으며 자기의 심리를 한 번씩 생각해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에 여유를 준다.
지속적인 통합(CI; Continuous Integration)은 구체적인 상황이나 툴보다는 전반적인 개념과 방법론 위주의 설명이라 영양가는 없지만, 그래도 없는 것 보다는 낫다. 이 책을 보고 실용적인 지침서를 써보겠다고 덤볐다가 접었다. 책을 쓴다는게... 생각만큼 재미도 없고... 돈도 안되더라.
10년을 넘게 동고동락하다가, 웃지못할 일로 등 돌리고 살다가, 몇 년이 지난 뒤에야 어색하게나마 웃으며 마주할 수 있게 된... 그 즈음 다시 뜸해진 친구...
늘 그렇듯, 요즘 사는 게 어떠냐는 물음에, 글쎄, 그걸 어떻게 말하냐는 대답으로 시작했다.
그는 요즘 부활의 노래를 듣는다고 했다. 나는 윤도현의 "꿈꾸는 소녀 Two"를 전송했다. 윤도현의 새 앨범 얘기를 했다. 새 앨범이 그의 마지막 외침처럼 들린다는 얘기도 했다. 그도 이제 늙어가나 보다고... 안치환의 1집과 2집이 리스터링 발매됐다는 얘기도 했다. 그의 노래를 처음부터 듣노라면 세월의 무게를 느낀다는 얘기도 했다. 장필순의 새 앨범 얘기도 했다.
그는 코딩을 하다보면 겁날 때가 있다는 얘기를 했다. 나는 요즘 코딩을 하지 않는다는 얘기를 했다. 코딩 때문에 힘들어하는 다른 친구 얘기를 했다. 대화가 끊어졌다.
그리고, 내 인생이 내 인생이 아니라는 얘기를 했다. 또, 세월의 무상함에 대해서도 얘기를 했다. 그러면서, 낼모레면 불혹이라 그런가... 어지간한 일엔 눈도 돌리지 않는다는 얘기도 했다.
사실은 그렇지 못하다고... 아주 작은 일에도 눈물이 난다고... 얘기하지 않았다.
열심히 살라고 얘기했다. 너에겐 여우같은 마누라와 토끼같은 새끼가 있지 않느냐고... 나도 열심히 살겠노라고... 지금 이대로...
힘든 몸을 일으켜 밖으로 나가나 비가 추적~ 추적~ 내린다. 일기예보에는 오후부터 차차 개인다고 하는데... 비를 핑계삼아 목포에서 해남까지 50km를 사뿐하게(?) 점프~ 첨엔 망설여지던 점프가 이젠 자연스러워졌다. -..-;
버스를 타는 해남 가는 내내 옆에서 늘어져 자는 동료... 끝도 없는 오르막을 굽이 굽이 기어 오르는 버스에 앉아, 점프하길 잘했다는 생각을 한다. 해남은 생각보다 작은 소읍이다. 해남 읍에서 땅끝마을까지가 대략 40킬로~ 아침보다는 빗줄기도 한결 가늘어 졌다.
인터넷을 보면 해남 땅끝까지 자전거 타고 간 얘기가 꽤 많이 있었는데...-.-;;;
비가 와서 그런가? 여지껏 딱 한 팀을 만났을 뿐. 자전거 타는 사람 구경하기도 힘들다.
아무튼, 부슬 부슬 내리는 비를 맞으며, 땅끝을 향해 출발! 동료의 무릎 상태가 안좋은 듯... 힘으로 흥한자 힘으로 망하리니! ㅋㅋ 나는 그동안 힘보다는 지구력으로 승부를 걸었고, 어제 점프를 많이 한 덕분에 거의 정상 컨디션~ 오래막 내리막도 적당히 있고~
바다다! 사진찍고 난리를 치다가... 너무 일찍 축포를 터뜨렸다는 생각이들어(이미 때늦은 후회) 다시 달리기 시작... 끝날듯 끝날듯 끝나지 않는 이 놈의 땅떵어리~ 그렇게 한참을 달려, 송호리 해수욕장! 땅끝 2km! 이제야 말로 다 왔구나~라고 생각하며, 해수욕장에서 사진도 찍고 바닷물에도 들어가고~ 랄라라~
그러니 버뜨~ 모든 게임이 그렇듯 마지막에 등장하는 보스 캐릭터가 있기 마련~ 여행 출발할 무렵에는 수도 없이 넘었을 수준의 업힐이건만, 자전거를 누가 뒤에서 당기고 있는 것처럼, 앞으로 나아가기가 힘겹다. 결국 중간에 한쪽 다리를 내리고 말았다. ㅠ.ㅠ 무쇠다리의 힘만 믿고 달리던 동료는 고장난(?) 무쇠다리에 소염진통제 스프레이를 뿌리고, 한쪽 다리만굴러서 힘겹게 올라오더니, 우이쒸~하며 자전거를 밀쳐 버린다. 훗 ~.~
힘들게 올라간 언덕 꼭대기. 길 옆에는 이곳을 다녀간 사람들의 흔적들. 제주도에 있는 식물원의 선인장에 새긴 하트들이 떠오른다. -,.-; 땅끝 리조트를 가장한 모텔을 지나, 브레이크없이 내려갈 수 없는 아찔한 내리막... 기쁘기 보다는 오히려 불안감이 앞선다. '길을 잘못 든거 아닐까? 이 길을 다시 올라와야한다면??' -.-;;;
내리막 끝 무렵에서 선착장과 땅끝 전망대의 갈림길에서, 우리는 땅끝 전망대로 향했다. 모노레일을 타고 가던가 걸어가던가 해야 한다는데, 돈도 돈이지만 모노레일 매표소 앞에 길게 늘어선 줄을 보니 깝깝하다. 20여분을 어기적 어기적(말그대로 어기적 어기적~ 때때로 으악 으악 하는 비명소리와 함께) 걸어서 도착한 땅끝탑~
그렇게 땅끝탑에서 돌아오는 길에서, 블로그에서 봤던 거기는 어디지? 땅끝이라고 쓰인 돌덩이 앞에서 자전거를 번쩍 들고 찍은 사진 말이지...? 마지막 인증샷을 위해 여기저기 두리번 두리번, 아! 선착장 바로 앞에 우리가 찾던 그 돌덩어리!
...
이 허무함은 뭘까?
점프를 너무 많이 해서 그런가? 다리에 힘이 남아 있어서 그런가?
땅끝 마을에서 해남을 거쳐 광주로 가는 버스도 있고, 해남을 거쳐 목포로 가는 버스도 있다. 광주 가는 버스는 차도 자주 있지만, 사람도 많아서 자전거를 싣기가 힘들다. 목포 가는 버스를 타기로 하고... 30분 정도 남는 시간에 허기를 해결하기로 하고, 두리번 두리번... 분식집에 들어갔는데.. 김밥도 안되고... 칼국수도 안되고... 그냥 라면을 시켰는데... 이게 나올 생각을 안한다. 그 사이에 버스표도 끊고 버스 안에서 마실 맥주도 사고~ 뒤늦에 나온 라면을 5분만에 먹어치우고(이럴꺼면 그냥 컵라면을 먹을껄...ㅠ.ㅠ) 허겁지겁 버스를 탔다.
버스 기사 양반이 이니셜D 매니아인듯... 버스 안에서 맥주를 마시는 게 불가능할 정도로 좌우로 쏠려주신다. @,.@ 그렇게 2시간을 달려서 목포~ (살았다...ㅠ.ㅠ)
목포에선 동서울 가는 버스는 자주 없는데다... 연휴 끝이라 만석이다. 반포로 가는 버스도 거의 만석. 다행이 임시 배차된 버스를 탈 수 있었다.
반포에 도착하니 밤 12시. 다시 "자전거"에 올라 반포 한강 시민공원에서 동료와 헤어져 잠실 철교로 달렸다. 밤바람이 차갑지만 기분은 상쾌하다.
아침부터 맛바람이 장난 아니다. 오르막 내리막도 없는 뻥뚤린 평야지대... 밟아도 밟아도 속도도 안나고... 달려도 달려도 끝도 없고...
군산 시내를 빠져나가 자동차 전용도로인 21번 국도를 타고 가다가... 과적 검문소에서 걸려서... 농로로 내려왔는데... 한적한 시골 길을 달리는 맛이 상쾌하다. 아무튼 그렇게 들길을 달리다가 다시 29번 국도를 타고 김제를 지나 23번 국도로 갈아타고 부안으로 향했다.
점점 강해지는 맛바람... 평지에서도 시속 20킬로가 안나온다. 내리막에서도 페달을 밟지 않으면 안 내려간다. 국도가 주변보다 높아서 그런가 싶어 국도를 빠져나와 농로로 달렸는데 별 차이가 없다. 맛바람에 너무 시달려서 일까... 파란 보리밭이 바람따라 넘실거리는 조용한 들길을 달리는 것이 전혀 즐겁지 않다. 그렇게 한참을 달리다보니 앞바퀴에 바람이 없다. 실펑크인 듯 해서 대충 바람만 넣고 좀 더 버티기로 했다.
오후 1시 무렵 부안에 도착. 늦게 출발한 데다 맞바람에 시달리다 보니 여정이 많이 늦어졌다. 40킬로를 조금 넘게 달렸을 뿐인데 하루 종일 달린 것처럼 무릎이 뻑뻑하다. 계획을 변경해서 부안에서 점심도 먹고, 빵꾸도 떼우고, 좀 쉬었다 가기로 하고 부안 읍내로 들어갔다. 부안 터미널 근처에서 돼지머리국밥을 먹었는데... oTL 내가 비위가 좋은 편은 아니지만... 그 동안의 연륜(?) 덕분에 가리는 음식없이 아무거나 잘 먹는데...게다가 허기도 진데... 이건 정말 장난이 아니다-.-;;;; 먹는둥 마는둥 밥과 국물만 골라서 떠먹고 나왔다. -.-;
체력도 바닥... 정신력도 바닥... 속은 메쓱거리고... 일정도 자꾸 늦어지고...
오랜 고민 끝에 악마의 유혹(?)에 넘어갔다. 부안에서 고창은 대략 30킬로 정도... 그러니까 오늘 오전에 지연된 구간을 한번의 점프로 만회할 수 있다. 솔직히 마음같아서는 목포까지 점프하고 싶었지만... 다행스럽게도(한편으론 안타깝게도) 부안에서는 목포가는 버스가 없다. :P 고창가는 버스표를 끊고, 터미널 옆의 공터에 퍼질러 앉아서 빵구를 떼우는데, 10분도 안 걸린다. 이젠 빵꾸 떼우는 건 일도 아니군(으쓱 -.-V)
고창에서 착지(着地)한 다음, 다시 힘을 내서 영광을 향해 출발!
고창 청보리밭(학원관광농원)으로 가는 이정표가 곳곳에 보이지만 20킬로라는 글자를 보고 애써 외면하고 갈 길을 재촉했다. 그렇게 얼마나 달렸을까... 시나브로 하늘이 어둑어둑해지더니, 급기가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한다. 국도변에 있는 버스 정류장에서 잠깐 비를 피하다가 비줄기도 가늘고, 그칠 기미도 안보여서, 그냥 비를 맞으며 달리기로 했다. 오르막 내리막도 꽤 있지만, 이 정도면 오전의 지루한 평야지대보다 오히려 덜 지친다. 그렇게 20여킬로미터를 달려...
오예! 드디어 전라남도!!
이로써 자전거로 9도(경남/북/전남/북/충남/북/강원/경기 그리고 제주)를 모두 밟았다.-.-V
그러나 기쁨도 잠시... 부슬 부슬 내리던 비는 어느새 폭우로 바뀌어 달리는 자전거 위에서 맞으면 따까울 지경이다. 비가 잦아들기를 바라면서 버스 정류장에 잠시 쉬는 사이... 한 무리의 자전거 부대가 빗속을 뚫고 달려간다. 로드바이크가 선두에 서고 로드 타이어를 낀 미니벨로 서넛이 따라간다~ 일회용 비옷을 두르고, 갓길도 없는 국도를 겁도 없이(!) 달려간다.
우리도 일단 영광 읍내까지 가서 뒷일 도모하기로 하고 빗속을 뚫고 달렸다. 먼저 달려갔던 미니벨로 부대를 다시 만나서 몇마디 인사만 나누고 다시 달리기 시작~ 어느새 영광 읍내~
시간은 어느덧 6시가 다 되가고~ 해가 지려면 시간이 좀 남았는데 비가 와서 벌써 깜깜하다. 함평까지는 어떻게 갈 수 있을 것 같은데... 목포까지는 아무래도 힘들겠다.
일정을 하루 더 늘려 자전거로 끝까지 갈것인가 여기서 목포로 점프하여 일정을 맞출것인가를 두고 둘이서 한참을 옥신각신했다. 내 머리속에서도 차범근과 최양락이 싸운다.
"그냥 점프해~ 아무도 모를꺼야~"
"안돼! 그렇게 힘들 때 마다 점프를 하면 이번 여행이 아무런 의미가 없다구~"
"이렇게 비가 많이 오는 데 무슨 자전거야~"
"이런 여행에선 비도 좀 맞고 그래야 제 맛이야~"
이런 고민의 결론은 항상 CF와는 달리 최양락의 압승이다. -..- 일정을 맞춰야 한다는 핑계를 위안 삼아 목포로 점프~
버스가 함평을 지날 무렵... 루미나리에를 연상시키는 휘황찬란한 네온사인 나비들이 눈길을 끈다. 예전에 나비축제를 보러 한 번 왔었는데... 그 때와는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요즘은 진짜 나비는 없단다. 그래도 그 정도는 아니었는데...
그렇게 자전거로 4시간을 달려야 할 거리를 1시간도 안걸려 도착. 돈은 좋은 것이여... 포기하면 편해져...(토닥토닥 ㅠ.ㅠ)
목포 터미널에서 버스 짐칸에 실은 자전거를 끄집어 내서 앞바퀴를 끼우고 있는데, 뭔가가 뒤통수를 퍽(!) 때린다. 앞으로 꼬구라진채 멍때리고 있으려니 여기 저기서 사람들이 소리친다. 내가 탄 버스와 나란이 정차해 있던 버스가 후진하면서 그 사이에 있던 나를 앞바퀴로 친 것이다. 순간, 너무 놀라 다리에 힘이 풀려버렸다.
어찌어찌해서 자전거를 플랫폼 위에 올려놓고 멍때리고 있노라니 어떤 분이 그 버스 차번호 봐뒀냐고 물으신다. 그 상황에서 그런걸 기억할 수 있을리가... 그 분이 버스 차번호를 알려주시며, 혹시 모르니 메모해두라고 하신다.
터미널 바로 옆의 기사 식당(누가 그랬나, 기사 식당은 안전빵이라고...)에서 백반을 먹었는데, 이 기사식당은 무늬만 기사식당이다. 맛도 없고, 양도 적고, 값도 비싸다. 뭐 그러려니 하고 근처에 있는 여관을 잡아서 들어갔다. 주말이라 방 값이 4만원이라는데, 그나마 어제, 그제 보다는 깨끗한 방이다. 한쪽 벽이 통째로 거울이라는 것만 봐도 목포가 확실히 큰 통네인듯...(그게 그거랑 뭔 상관인데?)
오늘의 여정은 좀 복잡하다. 군산-21번국도-29번국도-김제-23번국도-부안~고창-영광~합평~무안~1번국도~목포. ~는 점프한 구간이다. 부안에서 고창까지 30여 킬로, 영광에서 목포까지 60여 킬로를 빼면 겨우 70킬로 남짓 달렸을 뿐인데... 몸은 만신창이다. 돼지머리국밥, 맞바람, 비바람, 그리고 고속버스까지... ㅠ.ㅠ
서둘러 여관 지하주차장(창고? 차고?)에서 자전거를 끌고 나오니, 앞바퀴에 바람이 하나도 없다.
"아차... 실펑크가 나서 바람만 더 넣고 왔었지... 어제 떼우고 잤어야 했는데..." -.-;
급하게 펑크를 떼우려고 튜브를 빼내서 이러저리 눌러봐도 도통 찾을 수가 없다.
마음은 급하고... 시간은 자꾸 가고... 출발이 너무 늦어지는 것 같아서 바람을 넣어가면서 가기로 하고 그냥 출발~! ...하려다, 길 건너 순대국밥집에서 간단히(?) 아침을 먹고, 출발~~
홍성으로 가는 21번 국도를 타고 4킬로 남짓 달렸으려나...
앞타이어에 바람이 없는 것 같아 길 옆에 잠시 자전거를 세우고 바람을 넣으려는데...
어랏~? 그나마 있던 바람이 피쉭~ 한 순간에 빠져 버린다. 바람을 넣어도 넣어도 피쉭~ 피쉭~ 소리만 날 뿐, 바람이 들어가는 기미도 없다.
"에구... 결국 올게 왔구나~"싶어 빵꾸를 떼우려고 튜브를 빼니... 이뭥미?!
튜브와 밸브를 연결하는 부분이 찢어졌다. 펑크 패치로 어떻게 할 수 있는 부위가 아닌데...그대로 답답한 마음에 패치를 둘로 잘라 밸드를 둥그렇게 감싸고, 혹시 도움이 될까해서 순간접착제까지 동원했지만... 어림도 없다. oTL
그렇게 삽질하는 동안 동료는 웃도리를 벗고(본인의 표현을 빌자면 웃통까고~) 가겠노라며 썬크림을 바르고 있다. -.-;;;;
대책없이 고민하다가 "서울 사람"스럽게 "돈"으로 해결하기로 하고, 지역번호 몰라서 한참 해매다가 전봇대에 붙어있는 광고에서 지역번호를 추출 + 114~ 홍성 읍내에 있는 용달차를 물으니 (전화번호부 맨 앞에 나올것 같은)"가나용달"의 전화번호를 알려준다. 아무튼 114에서 자동 연결해준 전화를 받으신 아저씨에게 대충 위치(예산 운전 면허 시험장)와 자전거 두 대라는 얘기를 채 끝내기도 전에 알겠다면서 전화를 끊어버린다. 시간은 얼마나 걸리는 지, 가격은 얼마인지... -.-;;;
그렇게 용달차를 불러놓고 멍하니 국도를 달리는 차들을 바라보노라니... 국도에 왠 빈 트럭이 이렇게 많은 거냐-.-; 그냥 엄지들고 세우면 태워 줄 것 같다. 다음에 또 이런 일이 있으면 히치 먼저 해봐야쥐...
20여분만에 도착한 1톤 봉고 트럭. 원래 5만원인데 만원 깍아 주신단다. 원래 얼마였는지도 모르겠고, 어차피 우리에겐 선택의 여지도 없고... 자전거 두 대를 1톤 봉고 뒤에 싣고 홍성까지 점프~
조양문로터리에 있는 자전거포에서 앞바퀴 튜브를 교체하고, 예비 튜브도 하나 사고, 돼지표 펑크패치도 한 통 더 샀다. 시내 한 가운데 위치한 조양문이나 그것을 둘러싼 찻길이 흡사 남대문 미니어쳐를 보는 듯한데, 나 때문에 오전을 그냥 허비한 것 같아 맘이 편치않아 오래 쳐다볼 여유가 없다. 점심은 보령에서 먹기로 하고 서둘러 출발했다.
계속 21번 국도를 타고 광천을 거쳐 보령으로 가는 길은 거의 평지였지만 맛바람 때문에 생각보다 속도가 안나서 힘들었다. 자전거를 조금이라고 멀리 타 본 사람들이라면 맛바람이 얼마나 무서운지 안다. 오리막은 오른 만큼 내려가니 공평하기라도하지... 맛바람은 그런 거 없다. 갈 때도 맛바람~ 올 때도 맛바람~ 당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른다.
같이 여행한 동료의 본향이 보령이라면서, 예전엔 보령에서 떵떵거리던 집안이었다는데 확인할 길은 없다. 보령이 고향인 개그맨 남희석이 딸 이름을 보령이라고 지었다는 얘기가 제일 먼저 떠 오른다. 나에게 고향이라고 할만한 곳은 대구, 영천, 금호, 숙천...인데... 장대구, 장영천, 장금호, 장숙천이라고 하면 무슨 중국 무협소설에 나오는 조무래기 악당같은... -.-;
아무튼, 명색이 "시"인지라 어제 오늘 지나 온 곳 중에 제일 번화하다. 시내 곳곳에 위치한 깨끗한 도서관들이 인상적이다. 배고픔을 참고 달려왔기에 허기부터 해결해야겠다라고 생각하고, 여기저기 두리번 거리다가 "복돼지식당"(보령 수협 근처였는데 인터넷을 뒤져봐도 안나온다)이라는 간판을 보고 들어가서 대충 해결할 생각이었는데... 저렴한 가격에 별생각없이 시킨 김치찌게도 찌게지만 20여가지 밑반찬까지 @..@ 3박 4일동안 먹은 밥 중에 단연 쵝오!! 배터지게 밑반찬까지 싹~~ 해치우고~ 다시 출발~~
애초의 계획에는 대천 해수욕장을 거쳐 해안도로로 쭉 내려가는 거였는데... 너무 늦게 출발한데다 오전을 허비했기 때문에 바로 장항으로 가기로 했다. 21번 국도를 타고 웅천, 서천, 장항까지~ 쭈욱 가면 되는데...
거듭 느끼는 거지만, 밥먹고 자전거를 타는 건 정말 힘들다. 장기적으로는 에너지 회복에 도움이 되겠지만, 당장은 득보다는 실이 많다. 밥을 먹었다면 확실히 쉬어서 어느 정도 소화를 시킨 다음에 출발해야 하고, 그렇지 않으면 달리는 중간 중간 조금씩 먹어서 에너지만 보충하면서 그냥 달리는 게 낫다.
배는 부르고, 맛바람은 불고, 길은 자꾸 산으로 가고, 해는 저물어 가고, 뒤에 싫은 짐은 귀신처럼 잡아 끌고... 그래도 산 한가운데에서 어쩌겠냐 가야지 하면서 가다 쉬다를 수차례 반복... 꽤 길어보이는 업힐을 앞에 두고 오늘 장항까지 갈 수 있을까를 고민하면서 파워에이드를 들이키고 있을 무렵...
빨간 스페셜라이즈드 프레임에 시마노 XTR 크랭크, 까만 쫄바지와 스페셜라이즈드 팀복까지 뽀대 작살~ 구세주 등장(두둥!). 오늘! 새벽에 시흥에서 출발했는데... 김제에 있는 처갓집에 가신단다. -.-;;; 김제가 어디였지? (두리번 두리번) 전북 김제... 아~ 익산 옆에 김제... 그럼 군산보다 밑이네... 쿨럭 -,.-;;; 우리가 3박4일로 해남을 간다고 하니, 동호회 사람들 중에는 당일로 해남 찍는 사람들도 있단다. 쿨럭 -,.-;;; 부러워하지 말자! 부러워하면 지는 거다!
동료의 중앙일보자전거를 보더니 대단하다면서 혀를 끌끌 차신다. 내 자전거에 대해선 별 얘기 없으시더니 타이어를 보면서 한 말씀~ "세미슬릭은 펑크가 잘 나서... 국도나 지방도 장거리 탈 때는 안좋은데..." oTL 일부러 바꾼건데...ㅠ.ㅠ
내 동료의 경우엔 젊은 피답게 제일 높은 기어에서 허벅지와 장단지의 힘으로 밀어붙이는 타입이고, 내 경우엔 부실한 체력을 (그나마 조금 더 좋은 자전거로) 중간 기어에서 더 많은 페달링으로 커버하는, 말하자면 파워는 없어도 오래가는 타입이다. 그런데 이 분은 한참 더 좋은 자전거와 더 강력한 파워와 기술과... 나와 내 동료가 헉헉 대고 오르막을 오르고 있노라면 뒤에서 휘파람을 불며 "여~ 업힐 잘하는데~"하신다. 바람을 막아주겠노라고 앞으로 가시고는 "자기 페이스에 맞춰서 타~" 하면 따라잡을 수가 없다. oTL
아무튼 이 분 덕분에 크레이지모드로 질주~! 어디서 그런 힘이 나왔는지... 정신없이 달리다 보니 금강 하구둑이다! 오늘 목적지였던 장항을 조금 넘어 군산까지! 전라북도다! lol
금강 하구둑을 건너서 전라북도 표지판 밑에서 기념 촬영을 한 뒤, 빨간 스페셜라이즈드는 김제까지 30킬로 정도 더 가셔야 한다며 우리와 헤어졌다. 아뿔사~ 성함도 안 여쭤 봤네-.-; 아무튼 다음인지 네이버인지 기억이 가물가물한데... 시흥사랑MTB라고 했던가...
(훨씬 더 깜깜했는데... 요즘 디카들은 알아서 파란 하늘을 만들어준다-.-;;;;)
오늘의 여정은: 예산->홍성->보령->서천->군산(쭈욱 21번 국도)
예산, 홍성, 보령까지는 거의 평지라 어려움이 없고, 보령에서 서천으로 넘어가는 길은 꽤 힘든 업힐과 신나는 다운힐, 서천 넘어 군산까지는 거의 평지다.
금강하구둑만 넘으면 바로 군산인줄 알았는데... 5킬로 남짓 밖에 안되는 군산 시내까지가 왜 그렇게 멀던지...
(사진은 군산으로 들어가면서 바라 본 바다 건너 장항)
군산 시내에서 여관방을 잡은 다음, 근처 식당에서 삼계탕 한 그릇을 후다닥 비운 다음, (여관방 화장실에서)밀린 빨래를 해서, (여관에서 사용하는)탈수기로 돌린 다음, 방바닥에 널어두고, 장단지와 허벅지에 맨소래담을 쳐~바르고, 맥주 500짜리 한 캔씩 까고~ 잠이 들었다.
나는 집(강변역)에서 출발하고, 동료는 신도림에서 출발하여, 9시에 안양 비산교(안양천과 학의천이 만나는 곳)에서 만나기로 했다. 이 길은 몇번 가 본 길이기에 7시 30분쯤 집을 나서 잠실철교를 건너 잠실 자동차 극장(탄천과 한강이 만나는 곳) 옆을 지나 학여울(탄천과 양재천이 만나는 곳)에서 양재천으로 빠졌다. 양재, 과천, 인덕원을 지나 인덕원교에서 학의천으로 내려갔다. 스피드블럭을 못보고 그냥 달리다가 덜컹~ 고글의 고정핀이 빠졌버렸다. 조금 찾아보다 시간도 없고 찾기 힘들 것 같아 포기하고 그냥 만나기로 한 곳으로 달렸다. 여기까지가(원래 계획에 없던) 대충 30km... 쿨럭-.-; 동료와 만나서 오늘의 주행 계획에 대해서 얘기하며 잠시 휴식~ 그리고 다시 출발.
아래 사진은 같이 간 동료의 자전거... 무려 "코렉스 접이식 철TB"... 일명 조선일보자전거...
계획대로라면 금정역에서 자전거도로에서 빠져나와 47번 국도를 타고 양촌IC로 가야한다. 1번 국도를 타고 수원을 지나 가는 방법도 있지만 워낙 악명이 높아 다른길을 택해본 것인데... 이 길이 아리까리하다. 금정역을 그냥 지나쳐서 산본시내로 들어가 버렸다. 산본시내를 조금(?) 헤매다가 47번을 다시 잡아타고 달리기 시작~ 1번 국도에 비하면 천국이다. 갓길도 좋고 차도 별로 없다.
그런데 핸들링이 뭔가 좀 이상하다 싶어 살펴보니 앞바퀴에 바람이 살~짝 빠져있는게 아닌가. 아까 떼운 곳 외에도 펑크가 더 있었던 모양... 그나마 바람이 많이 빠지지 않았기에 나중에 천천히 고치기로 하고, 공기만 좀 더 집어넣고 읍내로 들어갔다.
아산 읍내는 조용하고 깨끗하다. 터미널 앞에는 여관 하나 없다. 찜질방 딸랑 하나 있는데... 두사람이 찜찔방 들어갈 돈이면 그냥 여관방 하나 잡는거랑 별 차이 없겠다 싶어, 동네 사람들에게 물어 예산역으로 이동~ 3만원짜리 여관방을 잡고, 저녁을 먹으러 나갔다. 삼계탕 집이 보이길래 들어가서 주문을 했더니... 역시나 충청도~ (너무나 태연하게) 30~40분 정도 걸린단다. 성질 급한 서울 사람이 그런걸 이해할 수 있을리가~~ 바로 나와서~ 여관 바로 옆 분식집에서 "즉석" 육계장으로 저녁을 떼웠다-.-;;;
대충 씻고, 빨래 하고, 맥주 한 캔씩 들이킨 뒤, 아침 7시에 알람을 맞춰놓고 잠을 청했다.
정호승의 시집 "눈물이 나면 기차를 타라"에 담긴 시 "술 한잔"에 "이등병의 편지"로 유명한 "김현성"이 곡을 부쳐서 시노래모임 "나팔꽃"을 통해 발표했었다(왠 주절주절?)
인생은 나에게
술 한잔 사주지 않았다
겨울밤 막다른 골목 끝 포장마차에서
빈 호주머니를 털털 털어
나는 몇번이나 인생에게 술을 사주었으나
인생은 나를 위해 단 한번도
술 한잔 사주지 않았다
눈이 내리는 날에도
돌연꽃 소리없이 피었다
지는 날에도
정호승은 살아있는 시인 중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이다. 이러쿵 저러쿵하기 좋아하는 이들은 그의 맑고 고운 시들과 달리 구질구질한 인생사 때문에 그의 시를 좋아할 수가 없다고 한다. 나는 그의 구질구질한 인생사 때문에 그의 시가 더 좋다. 그가 별세계에 사는 신선이 아니라 우리와 같은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이라는 것이 기쁘다. 그래서 애써 밝은 척 하는 그의 시가 더 애처롭고, 터져나오는 그의 눈물이 더 애처롭고, 그래서 위안받는다.
우울한 블랙 코미디 혹은 초현실주의적 몽상. 무엇을 얘기하고자 하는지, 슬픈지, 웃기는지, 재미 있는지, 혹은 재미 없는지 알 수 없다. 엄마라는 이름으로 대표되는 추억에 대한 향수 만이 남지만, 이미 추억마저 사치가 되어버린 세상. 그리고 추억 속의 로켓은 엄마의 추억을 싣고 우주의 불꽃으로 사라진다.
금요일 퇴근을 찍고 바로 튀었다.
8명이 차 두 대에 나눠 타고 밤 길을 달려 단양에 도착했다.
단양 대명콘도에 방을 잡았다. 오! 여기에 이런게 있었나?!
일행들이 가져온 "앵두술", "쑥술", "더덕술", 그리고 "와인"까지... 아주~ 완죤~ 짬뽕으로 부어 넣었다.
그리고, 정신없이 뻗어서 자다가 일어나니, 벌써 8시... 일행들은 벌써 일어나서 씻었고, 심지어 사우나까지 갔다 왔단다.
터미널 앞에 있는 식당에서 "올갱이 해장국"의 탈을 쓴 "우거지 소금국"을 뱃속에 우겨넣고 천동 입구로 향했다.
소백산을 여러 번 왔지만 이렇게 편하게 온 적은 없었다. 차를 타고 다리안 관광지 주차장까지 올라오니, 국립공원 입구가 바로 눈 앞이다.
발걸음도 사뿐히 산 길을 걷기 시작했다. 소백산의 천동 코스는 초입에는 키 큰 낙엽송들이 우거져있고, 위쪽은 주목이 우거져 있어 햇볕을 직접 맞지 않고도 대부분을 오를 수 있다. 숨도 한번 안차고 중턱의 야영장. 지금은 야영장은 폐쇄되고 매점만 남아있다. 포카리스웨트 캔을 하나씩 까고 발길을 재촉했다.
가을이라 정상 언저리에 만발하는 철쭉을 볼 수 없는 것이 안타깝다. 날씨가 맑아(?) 능선을 타고 넘는 구름을 볼 수 없는 것도 안타깝다. 다른 산들과 마찬가지로 소백산도 정상 부근 등산로 좌우에 금줄을 치고, 바닥에 고무를 깔아 놓았다. 안전에는 좋을 지 몰라도, 고무 타이어 냄새를 맡으며 올라가는 산길은 그닥 유쾌하지 않다. 아무튼 고무 바닥을 걸어서 정상!
정상에서 기념 사진 몇 장 박고, 어제 먹고 남은 더덕술 한 잔 하고~ 김밥 한 줄 까고~ 이제 하산하도록 하여라~ 능선을 타고 연화봉들을 거쳐 희방사 계곡으로 내려가고 싶었지만, 일행들의 반대로 왔던 길로 내려가기로 했다.
그렇게 심심할 정도로 별탈없던 산행이 막판에 틀어지기 시작했다.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한 것이다. 하늘을 보니 쉽게 그칠 비가 아니다싶어, 발길을 재촉했다. 한 무리는 먼저 내려가고, 나는 뒤쳐진 두 사람과 함께 내려가고 있었다. 이 두 사람이.. 일행 중에서 가장 젊은 두 사람이라는 사실이 뭔가 아이러니... 아무튼 비를 맞으며 30여분을 내려갔다.
산을 내려왔을 때는 이미 비를 쫄딱 맞은 뒤였다. 근처 계곡에서 쏘가리를 잡으려던 계획은 포기하고... 터미널 근처에서 "마늘밥"을 먹었다. 마늘이 들어간 솥밥과 마늘이 주/보조 재료로 쓰인 이런 저런 밑반찬이 꽤 먹을만한데... 1인분에 만원이란다. 흠... 관광지니까... 용서해주기로 하자.
빗길을 달려 서울로 올라왔다. 올라오는 길은 역시 막힌다. 도로가 막히는 것도 짜증인데... 막히는 길을 뚫고 숨막히는 서울로 들어가는... 이런 생각안하고 그냥 잠만 잤다. 자다 깨다 몇 번 하다 보니... 서울이다. 너무 잠을 맛있게 잤나... -.-;;; 운전을 한 동료가 삐졌나보다. 우릴 내려놓고 후다닥 가버렸다.
별로 힘들게 없는 산행이었는데, 비를 맞아서 그런가... 머리는 지끈 지끈~ 코는 맹맹~ 아무래도 심상치 않다.
뜨거운 물에 샤워하고 잠이나 자야겠다. 라도 생각했었지만...